불교 경전에서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서 가장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대상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독(毒), 즉 탐·진·치(貪·瞋·癡)로 정의(定義)하고 있다.
이것을 2600여년 년 전 고대 빠알리어로 "로바(Lobha, 貪欲), 도사(Dosa, 瞋, 憎惡心), 모하(Moha, 癡, 어리석음)"라고 하는데, 이 내용에 담긴 뜻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세상의 불길 가운데 가장 무서운 불길은 탐욕의 불길이요, 세상의 독 가운데 가장 무서운 독은 증오심의 독이요, 세상의 짐 가운데 가장 무거운 짐은 `나`다. 나의 것이다. 나의 자아(自我)라고 하는 자신의 육신인 오온(五蘊; 색·수·상·행·식)이 그것이라고 했다.
이 뜻을 더 곰곰이 되짚어보고 또 생각해보면 재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의 말씀이다. 특히 이 삼독심(三毒心) 가운데 증오심의 독은 자신을 파멸하게 하고 남을 파멸하게 하는 무서운 독이라고 부처님께서는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금구성언의 말은 근세의 역사에서도 가장 잘 대표되는 사례가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는 캄보디아의 폴포트(Polpot, 1925~1998)는 공산혁명을 통해 `민주 캄푸치아(1975~1978)`를 출범시켜 캄보디아 사회를 사회주의로 완전 개조하고자 시도하는 와중에서 이른바 `킬링필드 Killing Field`로 알려진 대학살을 자행했다.
폴포트가 캄푸치아 공산당 무장 조직인 `크메르루주`가 자행한 대량 학살의 킬링필드 당시 캄보디아 전체 인구 600만 명의 삼분지 일인 200만명 가량이 대량 학살되었고, 이때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단지 안경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미움의 대상이 되어 처형되기도 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독재자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1989~1945)는 독재자로 군림한 이후 자신이 평생 증오심으로 가득했던 왜곡된 계획들을 실행에 옮겼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만행이 바로 `홀로코스트`다 그는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만들었으며, 이곳에서 유대인에 대한 그의 증오심은 백만 명에 이르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했고, 여기에 러시아인 동유럽인까지 합치면 3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우슈비츠에서는 강제 노동이 일상이었고 가스실의 소각을 통해 하루에도 1000 ~ 2000명의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그래서 600만 명이라는 대학살의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끔찍한 이 일은 인류 역사에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비극으로 기록되어 있다.
2012년 집권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은 2013년 12월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공개석상으로 끌어내어 전격 처형시켰는데 이때 처형방식은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를 따르는 측근들과 함께 화염 방사기로 불태워 죽이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 흉측하고 잔인함은 인간 `업(業)`의 기저에 숨어 있는 무서운 도사(Dosa, 憎惡心)라는 미움의 독이 그 원인이다. 인간의 의식 속에는 크고 작은 미움의 업(業)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러한 증오심의 발동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대상이 나타나거나 자신의 뜻에 배치될 때 자신의 힘과 비례하여 일어난다.
그래서 특히 국가의 지도자가 증오심이 많으면 그 국가는 패망하거나 패망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지난날의 역사는 우리에게 똑똑히 전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김두관 의원은 지난달 10월 19일 오전 국립 광주 5·18 민주 묘지에 가서 2일 전(1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민주묘지를 찾아 눈물을 보이며 박관현 열사 와 김태홍 전 의원의 묘비를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고 추모 한 것을 두고 김두관 의원은 그날 윤 전 총장의 손에 의해 닦은 그 비석이 더럽혀졌다며 다시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는 역겨운 퍼포먼스를 필자는 TV를 통해 자세히 보았다.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10월 22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이 후보는 묘지 초입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석을 올 때마다 지근지근 밟고 지나간다며 마치 그것이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의 자랑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부리는 증오심(憎惡心)의 광기(狂氣)는 대다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태복음 5장44절에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산상수훈에 나오는 말씀이 있다. "나는 너희에게 이러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했다.
뿐만아니라 2600여 년 전 한 인간의 몸으로 지구 행성에 왔다 가신 위대한 고오타마 붓다께 한 제자가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야 편안히 잠자고 어떻게 해야 슬프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미움의 毒인 증오심을 끊어서 편안히 잠자고, 증오심을 버려야 슬프지 않다"라고 했다.
인간의 삶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출세의 신분도 중요하고 대선후보의 야망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보다 백배 천배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파멸시키고 남을 파멸시키는 자신의 안에 도사리고 있는 흉측한 증오심의 독을 제거하는 것이 더 다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 진리의 말씀을 담고 있는 법구경 제119 악의 품에서는 선업선과(善業善果), 악업악과(惡業惡果)의 말씀이 나오는데 "악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자도 행운을 누린다. 그러나 악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악한 자는 반드시 죄악의 과보를 받는다. 선의 열매가 있기 전에는 선한 자도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선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선인은 공덕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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