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배 띄운 옛 선비들의 풍류에 굽이쳐 돌아가는 물길의 이야기 담다

현대인의 휴식은 자연을 통해 위로받는 것이고 이를 힐링이라 하며 이러한 힐링의 방법으로 걸으면서 자연과 하나 되고 어느새 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청정한 바람소리와 따스한 햇볕은 만끽할 수 있는 상주시의 명소를 몇 차례에 걸쳐 탐방해 본다.예로부터 낙동강은 선비들의 기개와 풍류가 함께 어우려져 흘러왔던 강으로 영남 선비들의 정신이 올곧게 살아있음을 말없이 지켜봐왔고 국난극복의 역사적 현장을 지켜냈던 우리들의 강으로 지금도 경제의 한 축으로 삶의 쉼터이자 늘 친구처럼 함께 하고 있다. ◆ 낙동강 경천섬 달밤에 배 띄어 누구나 詩人이 되고파 △ 낙강시회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휘영천 보름달이 비치고 길게 드리운 산 그림자와 어울려 떠 있는 배에서 바라보는 그 모습이야말로 가히 농담(濃淡)으로만 그린 산수화같은 풍경이 선비들의 풍류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낙강범주유(洛江泛周遊)로 때는 1196년(고려 명종 16) 백운(白雲) 이규보(李奎報 : 1168~1241) 선생과 선비들이 낙동강에 배를 띄우고 연 시회(詩會)가 세월을 따라 1894년 갑오경장까지 666여년 이어지며 51회에 걸쳐 시 모임이 열렸으며, 낙강범월시洛江泛月詩(일명 임술범월록壬戌泛月錄)는 1622년(광해군 14) 음7월 16일부터 이틀 간 조정 ․ 이전 ․ 이준 ․ 강응철 ․ 김혜 ․ 류진 ․ 전식 등 상주 선비 25명이 낙강에서 뱃놀이 하며 시를 남겼는데, 1778년(정조 2)까지 많은 선비가 낙강시회 때 지은 시첩이다. 이 시첩에는 1607년(선조 40) 상주목사 김정목과 조익 ․ 이준 ․ 전식 등이 뱃놀이한 시회까지 합쳐 171년 간 8회의 낙강시회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첩이 중요한 것은 하나의 강을 주제로 한 공동시집으로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어받아 상주시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가을에 ‘낙강시제문학페스티벌’로 낙강시제 한시백일장, 낙강시제 시인 교실, 시 낭송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고 최근 경천섬과 다리로 연결된 곳에 낙동강문학관이 개관되면서 낙동강과 문학의 어울림이 감동을 주고 있다. △ 경천섬   경천섬은 낙동강 물줄기가 돌아가며 스스로 만든 섬으로 크기는 남이섬의 절반정도가 된다고 하며 상주보 사업과 함께 경천섬 공원으로 개발되어 범월교와 낙강교로 연결되어 있고 도보로 걸으면서 낙동강과 비봉산 그리고 수변탐방로를 통해 낙동강의 풍경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인근에는 오토캠핑장 등의 편의시설과 함께 전국에서 유일한 자전거박물관에서의 자전거 체험을 할 수 있고,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는 박제로 만든 실물크기의 동물에서부터 수생식물 등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다. ◆ 경천대가 품고 있는 물길의 이야기 속으로 △우담 채득기 낙동강 물길이 돌아돌아 가며 절경을 만들어 낸 곳이 많지만 그중의 으뜸이 상주의 경천대(擎天臺)라고 이곳을 본 사람들은 인정하고 있다. 경천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물줄기는 저 멀리 안동인 북쪽에서부터 도도하게 흘러와 경천대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돌아서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장군의 전설을 품고 흘러가면서 경천섬을 만들었고 상주보에서 잠시 쉬었다가 이내 걸음을 재촉해 부산까지 쉼 없이 간다. 낙동강 제1경의 경천대는 우담(雩潭) 채득기(蔡得沂) 선생이 이곳에 집을 짓고 은거했다. 우담 선생은 양정공(襄靖公) 채수(蔡壽)의 현손(玄孫)이고, 학식(學識)이 고매(高邁)하여 천문(天文)과 의학(醫學)에 통달했다고 하며 병자호란(丙子胡亂)에 인조 임금이 남한산성에서 나와 항복하고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 심양(지금의 봉천)에 볼모로 가게 되었을 때, 1638년 ‘봉산곡(鳳山曲)’을 지어 뜻을 밝히고 백의로 심양으로 갔다. 봉산곡의 한 구절 "가노라 옥주봉(玉柱峯)아, 있거라 경천대(擎天臺)야, 요양만리(遼陽萬里) 길히, 머더야 언마 멀며, 북관일주년(北館一周年)이 오래다 한랴마난 이후 1645년(인조 23)돌아와 낙동강 경천대에 무우정(舞雩亭)을 짓고 소요자적(逍遙自適)했다고 한다. 무우정(舞雩亭)의 뜻은 농업이 백성들 삶의 근본이고 이는 곧 비가 와야 하기때문에 악공과 더불어 춤을 추는 기우제를 통해 비가 오기를 소망하는 뜻으로 우담 선생의 백성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87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 충의공정기룡장군 경천대에서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바라보면 물이 휘돌아가면서 용소를 만들었는데 이곳에는 충의공정기룡장군의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지금은 상주보로 인해 물이 가득하지만 보 이전에는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때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으로 어느날인가 백사장에 흰말이 뛰어놀고 있다가 밤이 되면 용소로 사라졌다가 다시 낮에는 백사장으로 나오기를 반복하기에 이를 본 사람들이 무척이나 신기하다고 했으나 감히 이 말을 잡고자 하는 이가 없었으며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사나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젊은이가 이 소식을 듣고 와서 백사장에 허수아비를 많이 세워 놓자 말이 허수아비와 놀고 있는 순간 말을 잡아타자 평소에는 거칠고 사나웠던 말이 마치 이제야 주인을 만났다는 듯이 아주 얌전해지면서 주인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용소의 말은 용마이고 용마의 주인은 선조 임금으로부터 기룡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은 충의공정기룡장군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충의공정기룡장군은 ‘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정기룡’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임진왜란때 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으로 상주시 사벌면 충의사에 모셔져 있다. ◆ 역사의 숨결을 찾아서 △ 도남서원 상주시 도남동 175번지 낙동강 무임포(無任浦)에 있다 1606년(선조39년)에 창건, 정몽주(鄭夢周), 김굉필(金宏必), 정여창(鄭汝昌), 이언적(李彦迪), 이황(李滉), 유성룡(柳成龍), 정경세(鄭經世), 노수신(盧守愼)을 배행했다.  1676년(숙종2년)에 도남서원(道南書院)으로 사액되었으나 1871년(고종8년) 서원철폐령때 훼철되었다가 2002년 유교문화권 사업으로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충의사 충의사는 조선 선조 때 무장으로 임진왜란시 육전의 명장으로 큰 공을 세우신 정기룡장군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충의사, 신도비, 장군 묘소와 같이 1974년 지방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되었고, 호국사상의 성지이다.   전시관에는 보물호인 5점(교서 2점, 교지, 신패, 옥대 각 1점)과 동산문화재(교지 19점, 매헌실기 판목 58판)를 전시하고 있다.  매년 5월26일 탄신일에는 충의공정기룡기념사업회에서 탄신제를 비롯해 탄신기념문화제를 봉행하고 있다. 정기룡 장군은 1562년(명종17년) 경남 하동군에서 출생, 25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왕명에 의해 기룡으로 개명하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적은 군사로 크고 작은 싸움에서 60전 60승을 거두었다.  경상우도병마절도사, 경상도방어사, 3도수군통제사 겸 경상우도수군절도사로 병영에서 순직했다. 시호는 충의(忠毅)이다. △ 개암정과 개암시비 개암공(開巖公 1524~1590) 휘(諱)는 우굉(宇宏), 자(字)는 경부(敬夫), 본관은 의성(義城)으로, 明宗21年(1566) 별시 문과에 급제 후 홍문관부제학(弘文館副提學), 충청도관찰사(忠淸道觀察使), 광주목사(光州牧使)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한 청백리(淸白吏)로 벼슬을 그만두고 낙동강 창응봉(蒼鷹峰) 아래(상주시 중동면 회상리)에 터 잡고 이곳 강변에 가로로 터져 마치 입을 벌린 바위의 형상을 보고 자호(自號)를 開巖이라 하고 이곳에 開巖亭을 짓고 開巖十二曲을 지으셨다. 선생의 묘소는 중동면 회상리 응동산에 있으며 묘갈명(墓碣銘)은 창석(蒼石) 이준(李埈) 선생이 撰 했고 士林의 共議로 涑水書院에 배향되어 있다. ‘개암십이곡(開巖十二曲)’은 선생께서 자신의 인생관을 바탕으로 은유적 현실비판과 선비의 강호지락(江湖之樂)을 읊음으로써 문학적 완성도를 높임은 물론, 향촌문화로서의 時調 전승 과정 및 창작시기와 그 발전 과정을 시사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연시조라는 점에서 국문학사상 중요한 意義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