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는 지난달 25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제9회 경주시 건축상` 시상식을 열었다. 총 응모작 25점 중에서 7개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주시 건축상은 건축가의 창의성과 건축주의 자긍심을 높이고 아름다운 건축문화도시 구현을 목적으로 2년마다 시행하고 있다.
평소 "인류 역사의 꽃은 문화요, 문화의 꽃은 건축"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기에, 건축이 도시와 시민에게 문화가치로 다가오면 좋겠다고 여긴다. 건축공간이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건축의 형태가 얼마나 기쁨을 주는지 살필 일이다. 기술과 예술이 분리된 단편적 틀을 벗어나 통합된 가치에 주목해 보자. 실용이 있고 안전의 틀을 갖추고 감동을 주는 공간, 그러한 공간이 만들고 이루는 모습의 결과물이 공간조형으로서 건축이기 때문이다.
이번 건축상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건축목적에 최적의 해답을 구하기 위한 역작이 많았다. 이곳의 나의 주택이, 그곳의 우리 카페가 어떠해야 제대로 작동할지를 깊이 생각한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건축 규모는 비록 작더라도, 왜 짓는가에 대해 고뇌하면서 부지가 지닌 장소성과 건축이 갖는 특성을 기본개념으로 깔고, 이용자에게 즐거운 체험을 주고자 노력한 점이 고무적이다. 사례로 대상과 최우수 작품을 만나보자.
`마레아 풀빌라`(설계:리을도랑건축)는 궁극적으로 방문객 입장을 고려한 작품이다. 잠깐 머무는 곳이므로 특별한 체험을 줄 방안을 모색하였다. 의도적으로 계획된 사선의 경사진 벽체로 구성한 방들은 이색적 공간감을 맛보게 하고, 철저히 갇힌 마당 형태는 사용자만의 독립성을 보장하였다. 닫힌 내부가 오히려 외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전략이 숨어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작은 주택의 몸체를 긴 담장과 일체화한 조형 감각이 탁월하다.
`인터폴 커피`(T&S건축)는 경사진 지형을 살려 반 층씩 겹치는 스킵형식을 취하며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분절하는 공간 흐름을 부여하였다. 특히 내부와 외부가 함께 호흡하는 리듬은 이 작품의 백미라 하겠다. 비틀린 축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인공폭포, 선큰, 데크, 수공간은 쉼표 역할을 담당한다. 건축이 `눈으로 보는 음악`이라 하면 인터폴은 그런 건축이다. 실제로도 일상 가까이에서 작은 연주회를 접할 수 있는 수준작이다.
전통한옥부문 `다래원`(다담건축)은 집주인의 `생활을 담는 그릇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차를 사랑하고 차담을 즐기는 품위와 격조를 살리고자 우아한 선의 미학에 치중하며 목구조의 결구부터 상세에 이르기까지 전통 법도를 잘 지키고 있다. 정해진 틀에 내가 맞춰 살아가는 아파트가 아니므로 내 뜻과 내 삶에 맞도록 공간을 정돈할 수 있었겠다. 남산 솔숲에 안겨 겹겹이 먼 산 석양을 눈으로 품는 단아한 작품이다.
대부분 작품에서 건물(building) 아닌 건축(architecture)을 구현하려는 설계자와 건축주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더없이 기쁘다. 좋은 건축에는 언제나 훌륭한 건축주가 있음을 상기하며, 경주시 건축상을 계기로 경주 건축이 실용가치를 넘어 지역 특색을 갖춘 문화가치로 발돋움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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