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가 되면 국민들은 각자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별난 한해를 구상하면서 그 희망이 꼭 실현되길 간절히 바란다. 실천에 앞서 자신과 단단히 약속을 하며 각오를 다짐한다. 각오는 앞으로 닥치어 올 위험이나 불리한 결과 등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말한다. 여기에는 결심이 절대 좌우된다. 무엇을 하고자 마음을 굳게 다잡아 먹는 노력이 결의이다. 사실 계획보다는 결심이 앞설 만큼 중요하며 자칫하면 무너져버리는 경향이 있어 난처할 때를 당한다.
처음 결심한 일을 끝까지 몸에 지니지 못함은 잡념에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고 한 가지 일을 성취하려면 그 밖의 다른 일을 생각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긴요하다. 영원히 영예로울 일을 취하고, 사멸해 버릴 것은 처음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결심은 인간의 힘, 용기, 지혜는 아니지만 그것은 신앙적 출발이다.
결심은 늦어도 실행은 빨라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 어리석은 자의 특징은 결심을 못한다는 점이다. 결심하면 마음이 먼저 홀가분해서 정신에 생기가 돈다. 세간의 만 가지 사물이 무엇으로 성취되느냐 하면 오직 결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방심하고 소홀히 여겨 무너지는 경우가 많을 따름이다.
우리 속담에 결정을 지어 마음 먹었다는 뜻으로, `속으로 기역자를 긋는다`는 마음에 결심한 것이 곧 풀어지고 오래 계속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로, `난봉자식이 마음 잡아야 사흘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시저가 로마로 쳐들어 갈 때 루비콘 강을 건너면서,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각오에서 온 말이다.
이처럼 계획과 준비보다는 결의와 각오가 비중이 더 크다. 실천 전에 주저하고 망설인다면 시작 자체가 무안스럽다. 흔하게 듣는 말 작심삼일 -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의미한다. 실천할 것을 먼저 자신에게 맹세하지 않고는, 시작부터 애매해 버린다. 마음속에 꾀하는 것은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뛰어오르기는 하지만 결코 잡지는 못한다.
빈말만 가지고 가르치는 것은, 실행으로써 가르치는 것만 못하며 우리의 중대한 임무란 먼 곳에 있는 희미한 것을 찾는 일이 아니며, 분명히 곁에 있는 것을 실행하는 일이다. 좋은 사상도, 그것을 행하지 않으면, 좋은 꿈과 다를 것이 없고 행동을 말로 옮기는 것보다도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어렵다.
술이 아무리 독해도 마시지 않으면 취하지 않으며, 실행은 강하게 하고 마음은 준비된 자세를 가지며 언제나 행위는 입보다 크게 말한다. 논어의 한 구절에 옛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몸소 실천에 차질이 생길까봐 걱정스러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한자에 자책(自責)이란 말도 스스로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수를 쓴다. 자기와의 약속에 채찍을 가하는 것이 맹세이다. 맹세는 신불(神佛) 앞에서 하는 약속이요, 서약이다. `시가서`에도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나의 길에 빛이다. 나 한번 맹세하였으니 당신의 바른 결정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덴마크 격언에도, "달걀과 맹세는 쉽게 깨진다" 그러나 현자의 맹세는 금석(金石)이며 자신을 향한 비수이고, 남에게 보이는 과녁이다.
새해에 각오와 실천과 맹세가 느슨한 우리의 마음을 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물 물을 길으려면 줄이 있어야 하듯 학자에게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론과 실천은 분리될 수 없다. 실천은 소용에 닿는 유일한 이론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행하고 그 후에 말하라고 한다. 실행은 열매이고, 말의 나무의 잎이다. 실행이 최대의 웅변이며, 행위는 입보다 크게 말한다. 말하기는 행(行)하기보다 쉽고, 약속하기는 실행하기보다 쉽다.
군자는 말에는 더디고, 실천에는 민첩하고자 한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그러나 과욕은 지나친 처사라, 어느 곳이든 환영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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